본문 바로가기

Brand Issue

설빙, 중국 짝퉁 상표브로커에게 무효심판 승리

  원조 설빙(한국) 짝퉁 설빙(중국)
상표

 

 

매장

 

상표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빙수 전문업체 '설빙'이 중국에서 짝퉁 브랜드 때문에 곤욕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한 번 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설빙은 2015년 무렵 중국 현지 업체에게 프랜차이즈 사업 운영권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을 시도했는데, 중국에서 원조 설빙보다 먼저 상표를 등록 받아놓은 제3업체에 의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프랜차이즈 사업 운영계약을 맺은 현지 업체로부터 가맹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 당한 바 있습니다. 이는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등록 상표권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발생한 불상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원조업체인 설빙이 중국에서 상기 제3업체와 그 무단 선점 등록상표를 대상으로 한 무효심판에서 승리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심결의 확정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중국 상표평심위원회(우리나라의 특허심판원에 해당)가 불상사의 근원이었던 제3업체의 상표 등록이 무효라고 일단락 내린 만큼, 원조 설빙의 중국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22/105042407/2

 

그렇다면, 한국의 설빙은 자신이 '설빙'이라는 브랜드의 원조 창시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왜 이러한 수년간의 수모를 겪어야만 했을까요? 상표법의 관점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특허청 또는 상표청과 같이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행정기관에 출원하여 등록받은 상표에 대해서만 독점적인 지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표 제도는 국가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 등록받은 상표권의 효력을 해외의 다른 국가에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를 학문적으로는 '속지주의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리나라의 기업이 새로운 상표를 창작하여 한국 특허청에 등록 받은 후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 특허청에서 별개로 상표 등록을 받지 않았다면 중국 본토 내에서는 자신의 상표에 대한 권리를 행사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빈틈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타인의 유명상표(특히, 중국의 경우 제3국의 유명 상표)를 미리 선점 등록받은 후 등록 상표권자의 지위를 통해 원조 업체로부터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업체들을 '상표브로커'라고 합니다.

 

중국의 상표브로커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상표권의 침해를 주장하며 사업을 방해하고, 미리 등록 받아놓은 상표를 다시 돌려주는 대가로 거액의 합의금을 챙기는 방식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표는 곧 브랜드 그 자체이고 브로커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표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에도 아이패드 상표를 중국 기업에게 선점당해 이를 되찾기 위해 약 6,000만달러(한화 약 685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 특허청(KIPO)은 2014년~2018년의 기간 동안 중국 상표브로커에 의해 무단으로 선점된 우리나라 브랜드만 약 2,300개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표브로커의 상표 무단 선점행위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설빙의 사례와 같이 무효심판을 청구하여 그 등록상표를 원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 그리고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여 상표등록을 취소시키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고, 만약 상표브로커가 상표를 먼저 출원하긴 했으나 아직 등록요건 심사가 진행중인 경우에는 중국 상표국(CTMO)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등록 자체를 거절시키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이 상표브로커의 상표 선점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승소를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분쟁이 종국적으로 종료될 때까지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문제가 있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분쟁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에는 협력 업체로 부터 항의를 받는다거나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그 자체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 각국에 미리 상표를 등록 받아놓는 것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 진출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장 진출이 유력한 대표 국가에 대해서만이라도 상표를 등록 받아 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